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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진지한 리뷰: 디즈니 플러스 3D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 (Turning Red) - 픽사의 숨겨진 명작

골방이야기꾼 2023. 3.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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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진지한 리뷰: 디즈니 플러스 3D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 (Turning Red) - 픽사의 숨겨진 명작

목차
1. 애니메이션 소개
2. 평가
3. 총평

1. 애니메이션 소개

메이의 새빨간 비밀

1) 간단 소개

중국계 캐나다인인 '메이린 리'는 무엇이든 열심히 임하는 소위 모범생이다. 그러나 그녀는 올해 13살. 사춘기를 앞두고 있어 마음이 한껏 싱숭생숭하다. 그러던 와중, 어떠한 일을 계기로 완전히 폭발해버린 메이린 리! 부모에게 반항하고, 모범생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뜬금없이 레서판다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냄새나고 거대한 ㅠ) 당장 학교에 가야 하는데, 메이린 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 등장인물 및 줄거리 (스포일러 X)

 

메이린 리

이 아이가 바로 주인공 메이린 리. 줄여서 메이라고 부른다. 사진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그리 얌전하진 않다. 그렇다고 사고뭉치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과제로 삼되, 그 과정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건 즐기고 사는 유형이다.

메이의 친구들 (미리엄, 애비, 프리야)

이쪽은 메이의 친구들이다. 왼쪽에서부터 미리엄, 애비(Father 아님), 프리야. 미리엄은 유대인, 애비는 한국계, 프리야는 인도계 캐나다인이다. 실제로도 캐나다 쪽에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카더라통신) 현실에 충실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미리엄의리가 있다. 친구끼리 서로 뭉칠 수 있도록 단단하게 묶어주는 역할이다. 애비는 일종의 행동대장으로, 골칫거리가 있으면 이 친구 선에서 웬만하면 처리 가능이다. 원체 외모나 성격이 귀엽고, 가끔 한국어를 내뱉을 때도 있어서 은근 씬스틸러다. 프리야는 시니컬하고 직설적인 친구인데, 모임에 이런 사람이 없으면 어느 순간 산으로 갈 때가 있다. (개인 의견) 아무튼 작품 외적으로 보면 정말 밸런스가 잘 맞다.

아무튼 메이는 이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던 중, 편의점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곤 창문 너머로 몰래 훔쳐본다.

데번 (왼쪽) 포타운 (오른쪽)

그 정체는 편의점 알바생 데번. 필자는 이해를 못하겠지만 작중에서는 꽤 먹히는 외모라 한다. 그런데 막상 메이는 노숙자 (hobo) 같다며 무시한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보이그룹 포타운에 완전히 꽃혀있기 때문에, 다른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포타운은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장치 역할이다. 본인들이 주도적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지는 않으나, 작중 발생하는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얘내들은 총 5명인데 어째서 4 Town일까...

아무튼 메이는 같이 놀자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오늘은 즐거운 청소날이라서 청소를 해야 한다는 요상한 핑계를 대면서... 그런데 단순한 집안 청소가 아니라, 가문의 선조를 모시는 사원을 청소하는 일이다. 메이는 어머니 '밍'과 함께 열심히 사원을 청소한다.

리씨 집안 사원

그렇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사원도 관리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메이린 리. 그러나 어느덧 나이가 13세가 되어버린 탓일까,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싱숭생숭한다. 공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째서인지 아까 전 몰래 훔쳐본 데번이 자꾸 생각난다.

결국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데번에 관한 망상을 펼치는 메이린 리! 공책에 마구마구 엄한 낙서를 그린다! 사춘기 소녀의 수줍고도 앙증맞은 망상이 꽃핀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무슨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 장면 (왼쪽) 메이의 낙서 (오른쪽)

아니, 이게 무슨 끔찍한 망상이니?

하필 이 와중에 어머니가 방 안으로 들어와버린 것이다. 사춘기 소녀의 일탈행각이 들키고 말았다. 어머니는 이 망측한 낙서를 보고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 길로 데번이 일하는 편의점으로 찾아간다. (사실 이 영화는 공포영화였다!)

메이의 어머니는 다짜고짜 데번에게 낙서를 보여주며 '우리 애는 이럴 애가 아닌데, 네가 우리 애를 유혹했지! 이 더러운 놈아!' 라며 마구 꾸짖는다. 문제는 그 편의점 안에 데번 뿐만 아니라 메이의 또래 친구들도 있었던 것... (아무리 만화라지만 이거 미친 거 아닌가...) 그렇게 메이는 하루아침에 모범생에서 놀림감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출처: The New yorker

내가 래서판다라니! 말도 안 된다고!

하루아침에 메이린 리가 래서판다로 변해버린 것. 귀엽긴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등교할 순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진정시키면 본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랴부랴 등교하는 메이. 그러나 메이가 첫 생리를 하는 것으로 오해한 어머니와 친구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서 평온했던 마음에 거대한 파도가 불어닥치게 되고, 결국 교실 안에서 래서판다로 변해버리고 만다.

다행히 변신 과정에서 웬 꽃가루 같은 걸 퍼뜨리는 바람에 그 모습을 본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어쨌거나 이대로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온다. 결국 어머니는 메이린 리에게 가문의 숨겨왔던 비밀을 가르쳐주게 되는데...

메이의 어머니 '밍'

사실 우리 가문 사람들은 대대로 래서판다로 변하게 되는 저주가 있단다.

리씨 가문의 선조, '선이'는 래서판다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결국 래서판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성덕...)이셨다. 리씨 집안은 이 축복을 이용하여 온갖 위험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과거에 비하면 평온하기 그지없는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저주가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리씨 집안에서는 대대로 붉은 달이 뜨는 날, 래서판다의 영혼을 봉인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이 의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래서판다로 변신하지 말아야 하는데, 과연 메이린 리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2. 평가

1) 긍정적 평가

<1. 애니메이션 움직임>

출처:&nbsp;https://tenor.com/ko/view/turning-red-abby-make-it-rain-money-cash-gif-25121091?utm_source=share-button&utm_medium=Social&utm_content=pinterest

캐릭터들의 전체적인 움직임이 약간 과장되어 있는데, 필자 눈에는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익살스러웠다. 젤리, 혹은 고무 재질의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 발랄하고 귀엽다.

표현력 역시 훌륭하다. 역시 픽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필자의 경우 특정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지 집중해서 보다보니 '와,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 재미있네?' 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대충 식견이 있다는 자뻑)

[2. 공감할 수 있는 정서]

비록 중국계 캐나다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는 하나, 그 정서만큼은 한국인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보살핌으로 인해 마음껏 자신을 뽐내기는 커녕 타인의 시선에 휘둘려 살아가는 메이린 리를 보다보면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영화의 색감 및 분위기가 화사하다보니 오히려 이러한 부조리가 도드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3. 무거운 주제의식]

이 작품은 과거 디즈니 작품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무조건 가족이 최고다! 가족 만세! 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이 때로는 자식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어떠한 인생이 진정 옳은 길인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메이의 어머니는 자식에게 끊임없이 본인의 기대를 투영하는데, 메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것이 마치 자기 생각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흥얼거린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삶이 아니라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인형이 되어버린다. 비록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는 거겠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 자식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이다.

2) 호불호 요소

[1.타겟층] (긍정적 평가의 정서 부분과 다소 겹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이야기의 핵심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남자 입장에서는 약간 공감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계 캐나다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주제 역시 동양권에서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효도 이야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서양 쪽에서는 공감을 못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100% 공감해야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결코 아니지만, 분명 개개인이 느끼는 부분은 차이가 있을거라 짐작해본다. 

[2. 외모, 비주얼]

요즘 디즈니 vs 요즘 드림웍스 (소음 주의, 볼륨을 낮출 것!)

90~2000년대 초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생각하고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분명 귀엽긴 하지만, 미형은 아니다. 그래서 유튜브에는 이 애니메이션과 최근 개봉한 드림웍스의 장화신은 고양이 애니메이션을 비교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림웍스는 완전 멋있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왜 이러냐?'는 식이다.

그런데 만약 메이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예쁘다면 오히려 필자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다들 평범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보니 오히려 와닿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튼 누군가는 '아, 좀 더 예쁘게 만들어놓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대로가 좋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이 역시 호불호가 갈린다고 볼 수 있겠다.

[3. 불편한 내용]

사람들을 최대한 불편하게 하지 않는 콘텐츠가 흥행하는 콘텐츠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캐비어가 아니라 햄버거를 만들어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고.

그러한 맥락에서 필자가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즐길 만한 콘텐츠는 아니다. 작중 배경 역시 어디 중세 시대가 아니라 휴대폰을 보고 TV를 시청하는 현대인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주인공이 겪는 성장이나 상황 자체가 여과없이 전달되는 편이다. (물론 래서판다로 변하는 거 자체가 판타지이긴 하지만.) 그래서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판타지 가족영화가 아니라 스릴러 괴수 영화라 생각한다 ㅋㅋㅋ 

 

[4. 플랫폼]

출처:&nbsp;https://m.yna.co.kr/view/GYH20221031001200044

영화 외적으로 살펴보면, 이 작품은 디즈니 플러스 독점작이다. 비록 디즈니 자체는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써 픽사, 마블 등 다채로운 컨텐츠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 자체만 놓고 한국의 타 OTT 서비스와 비교하여 큰 우위를 점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정이 있다보니 필자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차라리 극장개봉이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3. 총평

비주얼이 문제인가, 아니면 디즈니 플러스 독점작이라 그런가? 중국풍 때문인가? 만듦새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영 아쉽다. 움직임도 재미있고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사춘기 소녀의 내적 성장을 다루고 있어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아니면 필자만 모르고 다른 분들은 다 알음알음 알고 계시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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