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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림 + 단편소설 With 스테이블 디퓨전 "어느 킬러의 고백"

골방이야기꾼 2023. 8.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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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림 + 단편소설 With 스테이블 디퓨전 "어느 킬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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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네가 날 미워하고, 원망했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지냈던 모든 날을 악몽이라 여기고, 이를 떨쳐내려고 안간힘을 쓰길 바란다. 자기파괴적인 방법이 아니라, 네 삶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날 이겨냈으면 한다. 그렇게 살다가 때가 되면, 너를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내가 생각나지 않을 거다.

그러나 언제라도 내가 너무 미워서 견딜 수 없이 힘들다면, 언제든지 이 편지를 생각하며 화를 잠재우기 바란다. 용서를 바라는 게 아니다. 이미 지난 일로 속앓이를 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가 맞다. 내가 네 부모를 죽였다.

치기 어린 시절의 실수라고 변명하진 않겠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긴 했지만, 분명 방아쇠를 당긴 건 나다. 그때 내가 생각하기로는 네 부모의 목숨 값만 받으면 더 이상 굶주리지 않고 화려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작 6개월 짜리 착각이었다.

6개월이 지나니 돈이 전부 떨어졌다. 한번 큰 돈을 만지고 나니, 다른 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너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아가 내 손에서 탄생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1년 정도 지나니 이 일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건 아마도, 3년 짜리 착각이었다.

네가 뒷골목에서 처음 나와 만났을 때를 기억하느냐? 그때가 처음 실패한 날이다. 이미 피를 많이 흘렸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네가 나타났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서. 아마 네가 없었다면 진짜 천사를 봤을 거다.

그때 넌 몰랐겠지만, 너는 자기 손으로 원수를 구한 게다. 차라리 죽게 내버려 두었더라면 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복수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러기에는 네가 너무 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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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입장에서는 그저 선행을 베푼 셈이지만, 나로써는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우연이라기엔 절묘했으니까. 그래서 신께서 내려주는 계시라 믿기로 했다.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은 그날 부로 그만두었다.

그러나 너는 결국 모든 걸 알아버렸더구나. 누가 그 사실을 이야기해 줬느냐고 캐묻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증오와 사랑이 한데 뒤엉켜, 어찌할 바를 모르던 네 눈동자가 내 심장을 단단히 옥죄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네 부모의 원수가 맞다. 그리고 모든 게 들통나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지금도 널 원망하지 않는다. 넌 옳은 선택을 했고, 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상가의 박 노인을 찾아가거라. 그 근방에서 유명한 인물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에게 내 이름 석 자를 대면 새로운 신분과 여권을 얻을 수 있으니, 그 길로 오키나와로 건너가라.

나하 시나카요시 거리를 쭉 거닐다 보면 한인이 운영하는 과일 가게가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자는 내게 목숨을 빚진 자다. 믿을 만한 사람이니 안심하고 몸을 위탁해도 좋다.

네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네 부모가 살아 생전 투자 사기로 큰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인 데다가, 피해자가 만 오천 명에 달한다. 네 부모님의 죽음을 사주한 건 바로 그 피해자 모임의 대표였다.

만약 이번 일로 네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면 피해자 모임 측에서 분명 널 걸고 넘어질 거다. 그러니 이 편지를 읽는 즉시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편지는 불태운 다음, 근처 강에 뿌려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만 줄여야 할 것 같다.

J. 부디 살아남아라. 내가 네 양부모였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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