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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림 + 단편소설 With 스테이블 디퓨전 "아파트"

골방이야기꾼 2023. 8. 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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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림 + 단편소설 With 스테이블 디퓨전 "아파트"

00022-1893029087 Minimalism, concrete, building, 2 point perspective, SF

처음에는 묘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아파트다. 온통 회색인데다 생김새도 투박하기 그지없어 하마터면 착각할 뻔했다. 공사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 벽돌을 세로로 세워 놓으면 딱 이 모습이다.

00011-2515179342 Minimalism, concrete, building

묘비명인줄 알았던 건 가로로 길쭉하게 뻗은 창문이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비좁은 데다가,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보기에도 흉하다. 아마 건물 내부 역시 닭장처럼 답답할 것 같다. 건물 하나에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00021-1082827568 Minimalism, concrete, building, 2 point perspective

건물 입구 역시 투박하긴 매한가지다. 이걸 정문이라 불러야 하나 뒷문이라 불러야 하나 참 애매하다. 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걸까? 마침 근처에 경비원처럼 보이는 노인 분이 계시기에 한 번 물어보기로 했다. 정년 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처럼 인자하고 단정한 인상이다.

"예전에는 입구가 꽤 컸습니다."

의외의 대답이다. 만약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거라면 이래저래 신경 쓸 부분이 많으니 저렇게 내버려두는 게 약간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입구를 줄이기 위해서 굳이 재공사까지 했다면, 분명 그 속에 숨은 의도가 있다.

"한 때는 사람을 많이 받던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민이 너무 많아지니까, 아무래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기존 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입구를 줄인 겁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니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외부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입구까지 줄일 정도라면, 막상 여기 입주하더라도 좋은 꼴을 보긴 힘들 것 같다. 괜히 주민 쪽에서 먼저 텃세를 부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불안하기도 하고.

"아, 그래도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이 하도 안 들어오니까 분위기가 영 흉흉해서 말입니다."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드러냈나 보다. 노인이 황급히 분위기를 전환한다.

00014-2997456428 Minimalism, concrete, building, 2 point perspective

"여기서 사는 게 마냥 나쁘진 않을 겁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가거든요."

열심히 살아간다는 건 좋은 일이다. 가슴 속에 불꽃을 품고 사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 역시 그 분위기에 감화되곤 하니까.

그러나 때로는, 그 열심히라는 말이 독이 되기도 한다. 온 힘을 다해 치킨을 튀겼는데, 막상 손님이 주문한 음식은 백숙이었다고 치자. 그럼 치킨이 얼마나 잘 튀겨졌던 간에, 손님 입장에서는 잘못된 음식을 받은 것이고, 식당 주인은 헛수고를 한 셈이다.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살죠?"

"예에? 뭐.... 일단 먹고 살아야죠. 예." 노인이 내 질문을 듣고 당황한 듯 얼버무린다. 곤란한 질문은 아닌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나 역시 당황스럽다. 어쩌면 이런 식의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평생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어느 정도 갖춰지면 편하니까요. 그런 것들을 차차 밟아나가는 거죠." 노인이 어색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마치 '무슨 말인지 대충 다 아시죠?' 하며 내게 물어보는 것 같다. 어쩌면 천편일률적인 대답이다.

그러더니 노인은 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낸다. 그 다음, 불을 붙이고 한 모금 삼킨다. 담배를 피웠을 뿐인데 노인의 태도가 아까와는 180도 다르다. 서 있는 자세도 한껏 느슨하고, 눈빛 역시 생기가 돈다.

"그런데 요즘 와서는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이 말을 끝으로 노인은 입을 닫는다. 그 자리에서 몇 모금 더 빨더니, 아직 절반 정도 남아있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빈다. 그리곤 내게 돌연 작별인사를 건넨다.

"어서 가세요. 여기 사람들은 바쁘니까."

"예. 알겠습니다."

노인에게 떠밀리듯 발길을 돌린다. 아마 다른 아파트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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