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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성인 ADHD인끼리 만난다는 것

골방이야기꾼 2023. 1. 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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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성인 ADHD인끼리 만난다는 것

목차
1. 좋은 예시
2. 나쁜 예시
3. 결론

※ 이 게시물은 순전히 필자의 경험에 의거한 것으로, 절대 일반화된 경우가 아님을 밝힌다.

1. 좋은 예시

최근 필자는 선배 ADHD 분을 개인적으로 알게 되어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게 좋다던가, 어떤 상황에서는 성인 ADHD의 이러저러한 특성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요한다던가... 모두 내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이분과 많이 다투기도 했고, 그래서 정말 싫었다. 그러나 어떠한 순간, 서로가 ADHD임을 알아보게 되었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그 이후로는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현재는 서로 배려를 해주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공적인 관계로 만난 사이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땐 어떻게든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애초에 필자의 고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2. 나쁜 예시

1) 왜 같은 ADHD인끼리 그리도 싫어했을까

사실 앞서 언급한 그분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이유가 있다. 그분을 공적인 자리에서 볼 때마다 필자의 어머니가 연상되기 때문이었다. 지금에야 나이가 들어 그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어린 시절 필자에게 있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악몽 그 자체였다.

 

성인 ADHD가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특성은 무엇일까?

성인 ADHD는 갑자기 '발현'되는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ADHD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초기에 발견되거나 관리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며 잦은 실수 및 부주의함 등으로 ADHD를 뒤

storyroom.tistory.com

위 글의 90%에 해당하는 사항을 우리 어머니에게서 보았고, 선배 ADHD 분에게서도 보였다. 그래서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크나큰 고통이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일일이 꺼내서 내 눈앞에 펼쳐놓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당시의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도 생각하기에.

2) ADHD는 유전

필자의 사례에서도 그렇고, 현재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ADHD는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 그럼 내 자식도 나처럼 ADHD라는 소리야? 그럼 난 아이를 낳지 않을테야'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은 자기 불신이며, 자기 책망이다. 되레 ADHD라는 존재를 알아차렸기 때문에, 선배 ADHD인으로써 더욱 윤택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본인이 ADHD라는 것을 모르거나, 이에 대처할 만큼의 여건(환경, 내면의 성장)이 조성되지 않았을 경우다. 이 경우 ADHD를 가진 자식과, ADHD를 가진 부모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발생되는 부정적인 에너지는 일반적인 가정의 그것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4162 

 

ADHD, 부모가 잘못 키운 건가요? - 정신의학신문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박준성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단 자녀가 검사를 통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고 나면, 부모가 자신의 잘못된 양육을 탓하

www.psychiatricnews.net

다행히 현재의 필자는 과거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 선배 ADHD 분을 만나며 이런 사정이 있었겠구나, 하고 짐작하니 과거의 어머니가 무섭기는 커녕 너무나 불쌍하고 가여웠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기까지의 여정이 너무나 길고 험난했다고 생각하기에 위 사례를 나쁜 예시로 꼽았다.

3. 결론

1) ADHD는 양날의 검

따라서 나와 비슷한 성인 ADHD를 만난다는 것은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확실히 눈에 띄는 장애가 아니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는 괴짜같고, 약간 이상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같은 부류의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를 만나던 간에, 성인 ADHD에게는 자기자신의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알아차리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는 많은 훈련이 수반되지만, 적어도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는 빈도 수를 낮출 수는 있으므로 분명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성인 ADHD를 만나서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그 이후로는 약간 즐겁다. 특히나 그전까지 비슷한 성격을 만나지 못했다면 더더욱.

아스퍼거 모임 (좌) ADHD 모임 (우)

보통 Reddit 등 외국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ADHD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서로 비교하곤 하는데, 이곳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아스퍼거 모임은 정적인 모임을 즐기는 반면, ADHD 모임은 만날 때마다 질펀한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완전히 극과 극인 것이다. (물론 농담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이렇듯 ADHD인끼리 만나는 것은 즐거울 수 있지만, N극과 N극이 서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그 속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여 서로를 배려한다면 분명 좋은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특히 ADHD가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나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2) 요약

  1. ADHD인끼리는 배려가 필요하다. 때로는 서로를 잘 이해해서,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2. 배려가 없다면 ADHD인끼리의 관계는 미치도록 불행해질 수 있다.
  3.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고 그에 맞게 배려를 한다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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