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머물지 않는 바람 들판이 진득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적어도 사내가 보기엔 그러했다. 이곳의 저녁노을은 유달리 검붉었다. 세간에 떠도는 말로는 이 땅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 그 피가 땅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바람에 섞여 맴도는 것이라 한다. 이 불길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들판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뭘 하는지는 몰라도, 사내가 보기엔 저승으로 가지 못해 방황하는 영혼 같았다. “저거, 돈이 꽤 짭짤하지.” 사내는 창문 너머로 두던 시선을 거두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녀석들이 할 일이 없어서 저러고 있는 것 같나?” 낡은 소파에 앉아있던 늙은이가 비아냥댔다. 사내가 이곳에 잠시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싫은 티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