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자격 정보/공기업

왜 나는 공기업 취업에 실패했는가? (자격증, 시험, 멘탈 등등)

골방이야기꾼 2022. 8. 2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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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사말

대한민국의 공기업

안녕, 골방이야기꾼이다. 오늘은 조금 가슴아픈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고것은 다름아닌 필자의 취업 실패 이야기 되시겠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던 1년 반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 따위가 과연 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 공부를 지속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찡-긋

필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취준생 거의 모두가 이런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일종의 성장통 같은 건데, 어찌어찌해서 잘 극복하면 어엿한 직장에 취업하게 되지만, 좌절하면 그냥 필자처럼 꼴아박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롤-모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반면교사가 중요하다. 올라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추락하는 데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필자가 여러분의 반면교사로써, 어떻게 하면 공기업 취업을 조질 수 있는지 여러분에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꼭 공기업뿐만 아니라 사기업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며, 이 글의 99%는 필자의 뇌피셜임을 밝힌다.

2. 왜 공기업 취업을 포기했는가?

깨작깨작

할 말은 많지만, 4가지로 줄여서 말해보려고 한다.

1. 타겟 설정
2. 준비 부족
3. 시험 공부
4. 멘탈 관리

우선 1번부터 살펴보자.

1) 타겟 설정

'안정'과 '경쟁'

보통 '공기업' 하면 워라벨이 좋고 편안한 곳으로 알고 있지만, 모든 공기업이 그렇진 않다.

공기업이라는 범주는 사실 여러분의 생각보다 넓다.
매일마다 야근하는 곳도 있고, 순환근무를 하는 기업도 있고, 야간 당직을 서야 하는 기업도 있다.

즉, '공기업'이라는 큰 틀만 보지 말고, 공기업 중에서 어떤 공기업을 가고 싶은지 본인이 알아야 하며, 어떤 공기업이 본인에게 수월한지 알아야한다.

이것은 꼭 공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 취업을 준비한다면 당연히 알게 되고 알아야 할 사항이다.

대표적인 적/부 공기업 '코레일'

예를 들어, '코레일'은 대표적인 '적/부' 공기업이다.

'적/부'란 무엇이냐? 자기소개서를 개판으로 쓰지만 않으면 서류 요건을 충족할 시 합격시켜주는 유형이다.

반면, '배수'로 뽑는 기업은 다르다.

'배수'란 무엇이냐? 본래 뽑고 싶은 인원의 00배수 내로 서류 합격자를 뽑는다는 뜻이며, 이 말은 '우리 기업은 서류를 깐깐하게 보겠습니다.'라는 뜻이므로 자소서를 그럴듯하게 잘 써야 한다.

깨작-깨작

비단 '서류전형'에서만 갈리는 게 아니라, '필기시험'도 각각의 기업이 서로 다르게 전개된다. 우선 각 기업마다 과목이 다르고, 과목이 만약 같아도 비중이 다르다.

똑같이 경영학 + NCS를 치더라도, D 기업의 비중은 70%지만 E 기업은 30%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

  • 미리 정보를 잘 알아놔라

취업박람회를 가도 좋고, ALIO에서도 공기업과 관련된 공시를 많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alio.go.kr/

 

ALIO :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ALIO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alio.go.kr

공기업 관련 스터디도 좋으나, 만약 구성원 모두가 새로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언급하게 될 '4) 멘탈 관리' 문제에서는 스터디가 큰 도움이 되겠지만... 초심자라면 일단 누구에게 배워야 하는 입장인데, 같은 초심자끼리 뭘 배우겠나.


본인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놔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 내가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 내가 왜 이 기업에 입사해야 하는지
  • 입사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필자처럼 그냥 무턱대고 준비하지 말고 잘 알아보자.

2) 준비 부족

헤... 난 준비 안해...

일단 필자는 남들보다 1년이 늦다. 기존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졸업 직전까지 수업을 풀로 들었고, 여차저차 졸업은 했지만 아무것도 해 놓은 게 없었다.

공기업을 염두에 두고서 토익, 컴활, 한국사 등등 기본적인 건 따놨지만, 정작 중요한 무기를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제각각 다르다

취업'전선'은 그 말대로 전쟁이다. 전쟁을 하려면 내 무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기란 무엇인가? 일단 필자는 취업 전선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가 자격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다.

자격증을 공부하는 여러분의 얼굴

만약 본인이 전문직 자격증을 따면 취업은 당연히 보장된다. 또한 공기업의 경우, 사기업보다는 정량적인 스펙을 챙겨보는 편이다. 그러나 남들이 다 따는 자격증은 큰 의미가 없다.

단지 그 자격증이 없을때 '왜 이 녀석은 이것도 없지?' 이런 식으로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자격증만으론 합격이 되진 않는단 소리다.

ex/무역과 관련된 자격증: 국무사, 무역영어, 물관사, 원관사 등

즉, 자격증을 따더라도 본인이 가고 싶은 곳에서 가산점을 주는 자격증을 따는 게 옳은 전략이다. 게다가 여러분은 공기업을 지망하니 국가공인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건 채용공고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니, 예전 걸 잘 읽어보고 준비하면 된다.

(사기업 시장에서는 자격증보다 강력한 무기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공기업의 경우만 보도록 한다.)

그리고 이건 팁인데, 문과의 경우는 회계 공부를 미리 해놓으면 도움이 된다.

전산세무회계, 재경관리사 등 회계 자격증 보는 기업이 많이 늘었고, 어차피 회계 직렬이 아니더라도 경영학을 주 종목으로 택했다면 회계 공부를 해야 한다.

만약 필자처럼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격증 역시 준비하면 어떻게 될까? 정작 중요한 공기업 시험 경험 대신 자격증만 따다가 세월을 날리는 수가 있다.

그러니 타겟 설정을 해놨다면 미리미리 준비하자. 공기업이라는 놈은 취업전쟁에서도 꽤 악명이 높으니,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참고로 필자의 코는 작다.)

3) 시험 공부

필자의 고내일(Korail) 기출문제집 (정조 10년)

대부분의 공기업 필기시험은 '전공 + NCS'다.
문과 기준으로 봤을 때, '전공'과 'NCS'는 다음과 같다.

  • 전공경영학, 경제학, 법학, 행정학 등등
  • NCS: PSAT형, 모듈형피듈형(PSAT + 모듈)

필자는 경영학을 택했다. 많이 뽑는 만큼 경쟁도 센데, 그나마 대학교에서 배운 게 있다보니 만만해 보였다. 
NCS로는 PSAT형을 골랐다. PSAT형은 모듈형에 비해 외울 게 적고 머리를 조금 써야 한다.

문제는 필자가 빡대가리라는 것이다.

경영학은 여타 과목에 비해서는 만만해 보이지만, 보통 경영학을 보는 기업은 회계, 재무도 같이 본다. 그리고 이 두 과목이 필자 입장에선 그냥 개패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재무관리: 졌죠? 내가 사는 곳 모르죠?

취업에 실패한 입장이니,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해선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 1차적으로는 필자 본인이 공부를 계획적으로 수행하지 않은 게 귀책사유니까.

그런데 필자가 기억하는 이름이 둘 있다.

'모디글리아니',  '밀러'

선생님들께서는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 전에 문단속 잘 해놓고 금고 다이얼 다섯 바퀴 정도 돌려놓길 바란다.

미리 경고했다. 극동의 어느 청년을 보게 된 순간, 당신의 인생은 비체계적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으잉? 양반이라고?

그런데 그거 아나? 사실 회계와 재무는 앞으로 소개할 'PSAT'에 비하면 양반이다. 일단 PSAT과 필자는 상극이다. 필자는 빡대가리인데, PSAT은 빡대가리를 싫어한다.

물론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PSAT을 마스터할 수는 있겠지. 그래도 사람이 풀라고 만든 거니까. 근데 필자는 PSAT이 싫다고 경영학하고만 놀았다. 이러니 PSAT이 안 삐지겠냐고.

확...마...

결국 NCS가 너무 안 나오니까 답이 안 나오더라. 따라서 본인이 PSAT하고 영 연이 닿지 않는다면, 아예 모듈형 공기업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PSAT을 아예 호적에서 파버리기 전에 공기업을 관뒀으므로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여러분에게 공부 방법에 대해서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이 글 전체가 필자의 뇌피셜이기에 여러분이 걸러도 무방하다.)

[1. 공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시간 역시 평등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은 Input이고, 공부는 Output이다. Input을 많이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Input에 비해서 Output이 안 나오면 그건 문제다.

우리는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만큼 효율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필자처럼 "오늘 8시간 했으니까 끝!" 이 아니라, "오늘 할당량 채웠으니까 끝!"이 되어야 한다.

할당량을 채우려면 기본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기에, 체계적으로 공부가 가능하다.

ㅎㅇ

참고로 이 말은 필자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정승재 선생님이라고 인강계에선 레전드이신 분이 하신 말씀이다.

이분 말씀을 공부 처음 시작했을 때 들었으면 이렇게 빙 돌아서 가진 않았을텐데 싶을 정도로 좋은 말씀을 많이 하시니까, 한번쯤 어록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2. 본인에게 맞는 시험을 찾아가라]

출처: http://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72801

안 오를 과목은 안 오른다. 물론 여러분은 빡대가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레벨까지는 점수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NCS를 마스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여러분의 젊음은 짧으니,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필자처럼 본인의 지능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당장 NCS가 잘 오르지 않으면 전공을 열심히 공부한다던가 하여 만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3. 시험을 많이 쳐라]

아까 '적/부'에 대해 설명했는데, 기억이 나는가? '적/부'기업의 장점은 거의 모두에게 필기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은혜를 놓치면 안 된다. 아예 기본이 안 된 상태면 공부를 더 해야겠지만, 시험이란 건 많이 쳐봐야 합격할 확률도 높아진다.

찡-긋

물론 필자는 합격해본 적이 없어서 여기까진 모른다. 그냥 필기시험 가르치는 쌤이 그러더라고?

4) 멘탈 관리

필자가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이거다. 다른 요소는 사실 시간만 억세게 투자하면 되는데, 이것만큼은 정말 어떻게 안 되더라.

공부를 하다보면 머릿속에서 조용한 파도가 친다.

필자는 원래 자존감이 낮다. 다른 사람보다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여기서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아무튼, 멘탈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공기업을 무작정 준비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1평도 안 되는 독서실 한 칸에 앉아서 이것저것 공부를 하고 있으면, 처음에는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도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기업을 간다고? 나 따위가?'

실제로도 서류에 몇 번 떨어지니, 위 생각은 점차 의문에서 확신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으앙~ 살려줘~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번식력이 좋은 쥐가 새끼를 낳는 것처럼. 따뜻한 물에 잉크가 번지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을 밥 먹듯이 하게 되었다. 나를 향하던 증오는 어느새 그 덩치를 감당하지 못하고 타인으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공기업을 포기했다.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다. 다만 앞으로 살아갈 일이 어렴풋이 막막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는 가겠지 싶다.


아이고 힘들어...

여러분은 부디 여러분을 지탱해줄 사람을 찾길 바란다.
이성 친구가 되었든, 부모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단순히 잠시 얼굴만 비추고 끝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실질적으로 여러분의 멘탈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도 너무 믿지는 말자.
내 심장에 비수를 꽃을 수 있는 사람은 예상외로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병원은 죽은 뒤 리스폰하는 장소가 아니다;;

정 멘탈이 약하다 싶으면, 정신과라도 방문해도 좋다.
필자는 그곳에서 ADHD를 발견하여 안식을 찾았다.
곁에 사람이 없다면 운동도 좋고, 영화도 좋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좋다.

독하게 마음먹기 전에, 마음의 독부터 중화하자. 강한 상대와 싸우려면, 본인이 일단 건강해야 한다.

3. 마치며

필자가 공기업 취업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위 글은 필자의 뇌피셜이다. 본인이 공감이 안 간다고 생각하면 걸러도 무방하다.

다만 여러분이 공기업이나 공무원, 전문직과 같은 힘든 싸움을 하려는 경우에는 필자처럼 헛다리 짚지 말고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

찡-긋

여러분은 똑똑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공기업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려고 한다.

여러분과 필자의 인생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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