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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스콜쳐버거 플러스 미식가 리뷰 (부제: 인류 멸망)

골방이야기꾼 2022. 8. 3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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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류 멸망

황폐화된 한반도 (202X년)

202X년. 인류는 멸망했다. 식량 위기, 빈부 격차, 전쟁, 지구 온난화 등등... 그 잘난 인간은 이 중에서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물론, 인간이라는 '종'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생태계 최강자의 위치에서 내려왔을 뿐.

인류 문명이 남긴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누군가는 오늘도 황무지 속을 떠돌고 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2. KFC로 가는 길

인류 멸망으로부터 20여 년 뒤.

터벅, 터벅. 한 남자가 인적 하나 없는 골목에서 서성거린다. 그는 온종일 굶주렸다. 이대로 있다간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근처에 먹을 것이 없다.

이대로 죽는 건가... 라고 생각하던 찰나, 이상한 간판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다.

KFC (204X년)

저게 뭐지? 옛 인류의 언어인가?

남자는 불빛에 홀린 나방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끼익, 하며 정문이 열렸고, 동시에 쥐 떼가 사사삭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쥐가 있다는 것은 음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는 내심 기대를 품으며 주변을 수색하기로 했다. 주변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던 상자도 찾아보고, 썩은 내가 풀풀 풍기는 선반도 찾아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냉장고 뿐이다.

전기도 안 통하는데 음식이 남아있을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냉장고를 연 순간. 남자의 코 끝에서 생전 처음으로 맡아보는 이상한 냄새가 아른거린다.

아, 아니?!

남자는 이런 감각을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남자가 먹어본 음식이라곤 벌레와 쥐 뿐. 그마저도 향신료와 소금이 없어 밍밍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것은 저절로 침이 고이는 냄새가 아닌가?

이제 남자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당장 이것을 먹어야 했다!

3. 시식

스콜쳐 버거와 콜라

남자는 햄버거와 콜라를 꺼낸 다음, 근처 탁자에 앉아 경건한 태도로 음식을 바라본다.

이게 '햄버거'라는 것인가?

더 이상 배고픔을 견딜 수가 없다. 남자는 부리나케 상자를 열고, 햄버거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햄버거를 손에 든 남자

방금 만들어진 것처럼 육즙이 뚝뚝 흐르는 패티. 식이섬유 부족으로 죽지 않을 만큼만 첨가한 피클. 햄버거 전체를 뒤덮은 용암과도 같은 소스.

남자는 이 광경을 보며 스스로를 의심했다. 냉장고에서 나왔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활기가 넘치다 못해 뜨거운 것일까? 혹시 이 모든 게 배고픔으로 인한 환각이 아닐까?

그래, 이게 환각이라도 좋다. 죽기 전에 맛이라도 한번 느껴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남자는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물었다.

단면

음, 이럴수가! 닭다리살 패티는 부드러웠고, 그 위에 얹은 해시브라운은 맛에 질감을 더해주었다. 소스는 달콤했다.

가만히 맛을 음미하던 와중, 남자는 당황한다. 달콤짭짜름한 줄 알았던 소스가 돌연 본색을 드러냈다. 녀석은 이제 남자의 혓바닥을 마구 불태우고 있다.

스콜처버거의 소스는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남자의 혀를 서서히 잠식해나간다.

졸지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 남자. 그는 결국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신하고 만다.

털-썩!


202X년의 지구

여긴 어디지? 남자는 속삭인다. 방금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남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그것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껏 그을려진 (Scorched) 202X년의 지구였다.

이 모습을 본 남자는 무의식 중에 깨달았다. 본인이 먹었던 햄버거의 진정한 정체를...

 

그래. 이건 단순한 햄버거가 아니었어.
과거의 인류가 남긴 메시지였어...

과거의 인류는 지구에게 환경 오염을 마구 선사했다.
스콜쳐 버거의 소스보다도 몇 십배는 더 매운, 지독한 작자들이었다.

인류 문명의 혜택은 달콤했지만, 환경 오염은 결국 맵디 매운 지구 온난화가 되어 인류에게 돌아왔다. 인류는 그렇게 자만 속에서 자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지구는 불타고 있다.

인류는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지만, 멸망의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후세 사람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달콤하지만 그 끝은 매운 '스콜쳐버거'
이것은 어쩌면 후세의 인류에게 전하는 경고가 아닐까.


3. 마치며 (총평)

  1. 가격: ★★★
    => 쿠폰으로 구매하면 그나마 쌈
  2. : ★★★★☆
    => 빙하가 녹을 맛
  3. 총평: 지구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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