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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르고 20대를 앞두고 있는 여러분에게 젊은 꼰대가 드리는 5가지 조언

골방이야기꾼 2022. 11.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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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치르고 20대를 앞두고 있는 여러분에게 젊은 꼰대가 드리는 5가지 조언

1. 나 때는 말이야

1) 수능을 끝낸 직후

수능을 끝내고 나서, 가장 먼저 목욕탕에 가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도 뜨뜻한 곳에서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고 싶었다. 마음 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아서, 따뜻한 온기로 빈 껍데기를 채우고 싶었다.

필자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목욕탕을 나온 직후, 필자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공기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저만치 드리운 저녁 노을, 그 아래에서 필자는 여전히 온탕의 열기를 머금은 채 차가운 공기 속을 걸어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앞으로는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동시에 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게 모순이었다.

시험

가채점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국립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종일 돈, 돈 하시는 부모님의 어깨를 덜어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처참했다. 전 과목 등급이 딱 1점씩 깎여나갔던 것이다. 재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국 재수학원도 돈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그땐 무작정 돈 쓰는 걸 혐오하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이를 먹고,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는 30을 앞두고 있다. 20대를 그럭저럭 보낸 것 같긴 한데, 왠지 아쉬운 마음이 크다. 돌이켜보니 이런 생각과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것이다. (살아보니까~)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젊은 꼰대로써, 막 수능을 끝마친 여러분에게 반면교사로써 얘기를 한번 드려보려 한다. 참고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그저 참고용으로 쓰거나, 혹은 재미로 가볍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2. 꼰대의 5가지 조언

  1. 네 자신을 알라
  2. 인생은 예측보다는 대처다
  3. 투자해라
  4. 열심히 살지 마라
  5. 병X들의 혀놀림에 속지 마라

1) 네 자신을 알라

요오즘 학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라떼는 나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가 잘 없었다. 개개인의 인격보단 반 전체의 평균 성적이 우선시되는 시대였고, 거기다가 필자 역시 소심하고 용기가 없어서 그저 남들 가는대로 (혹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라갔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나니까, 뭔가 이도저도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분명 내 마음 속에서는 자꾸 '글을 써! 3D 배워! 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워! 게임을 개발해!'라고 소리를 치는데, 막상 진지하게 그 분야에 대해 고민을 하려고 하면 '몸이 편한 직장이 좋단다. 사무직을 가라.' '그거 배워서 뭐 먹고 살래?' '네 전공이 아깝다' 등등... 변화를 싫어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또다른 내가 속삭인다.

필자 같은 경우는 완전 유리멘탈인 데다가 자존감 역시 드럽게 낮다. 그래서인지 안전하고,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쪽을 계속해서 택했던 것 같다. (그런 놈이 비트코인을 했냐...) 문제는 이 판단이 올바른 길일 수도 있지만, 서서히 죽어가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걸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닫고 나니, 약간 막막하더라.

분명히 난 열심히 했는데?
남들 따라서 평균만큼 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내 친구들이 열심히 돈을 벌 때,
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공기업을 포기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처음으로 나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 전까지는 푸념이나 원망에 가까웠다면, 이번엔 정말 내 문제점을 찾고 싶었다. 이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긴 죽기보다 싫었다.

그렇게 길게 고민한 결과, '어쩌면 내가 ADHD였던 건 아닐까?'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날 이후 필자는 정신과에 방문해서 검사를 받았고, 성인 ADHD 판정을 받아 지금까지도 약을 먹고 있다. 비록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적어도 예전에 비하면 추진력이 생겼다. 적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볼 여지가 생겼다.

ADHD는 끊임없이 생각의 파도를 맞는다.

이렇듯 나 자신에 대해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길이 분명 있다. 그러니 여러분도 대학을 가든, 직장에 들어가든 간에 자기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해봤으면 좋겠다. 내 성격이 어떤지, 무엇을 고칠 수 있는지, 무엇이 내 적성인지... 물론 성찰만 해서는 안 되고 지식경험 역시 쌓아야 한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이 좋은 아이디어가 툭 튀어나오진 않으니까.

성찰, 지식, 경험 중 개인적으로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활자영상 속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생생한 감각이 있다. 그걸 느껴봐야 한다. 이걸 못 느끼고 살다보면 결국엔 헛똑똑이가 되어서,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생각을 갖다가 마치 자기 것처럼 왱알앵알 조잘거리는 앵무새가 되고 만다.

앵무새 = 헛똑똑이

그리고 지식을 쌓거나 경험을 했다면 이를 복기하기 위해서 글을 쓰던가 어디에다가 메모를 하고 훑어보길 권한다. 필자는 그래서 지금이라도 블로그를 하면서 간간히 본인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물론 사람은 노력에 따라 바뀌고,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과 맞지 않는 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왕이면 본인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게 가장 좋다. 애초에 여러분의 나와바리(Field)가 아닌 곳에서 싸우면 그 힘이 100% 발휘되지 않는다.

2) 인생은 예측보다는 대처다

진짜 미안한 소리지만, 여러분이 필자보다 수능을 더욱 거세게 말아먹어서 아예 거들떠도 보지 않던 지잡대에 진학했다고 치자. (여러분 선배 = 골방이야기꾼)

물론 여러분은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학교에 왔나 싶고,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는 인간과 같이 수업을 들어야하나 후회가 막심할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재수나 반수를 해서라도 이 똥통학교를 떠나야겠다.' 혹은 '바보들이 득시글하니 전액 장학금을 노려보자' 등등... 여러분이 후회하거나 자기 자신 및 타인을 탓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대응을 한다. 막상 사태가 발생하면, 그때부터는 이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 하는 것이 제일 관건이다.

만약 이 비유가 와닿지 않으면, 필자가 최근에 겪었던 투자 실패를 얘기해보려 한다.

언제까지 떨어지냐고!!!

필자는 비트코인이 5~6000만원일 때 코인투자를 시작했다. 근데 사실 1200만원일 때부터 지켜보고는 있었다.

'그럼 비트코인이 오를 동안 넌 뭐했냐?' 라고 물어보면 관망하고 있었다. 확신이 부족하기도 했고, 예측에 너무 몰두하느라 (각을 재느라) 정작 늦게 돈을 넣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코인은 폭락했다. 급하게 팔긴 했지만, 결국 100만원 언저리의 손해를 봤다. 이렇게 큰 손해를 입게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땐 머리가 많이 띵했다. 그때 예측을 똑바로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크게 밀려와서, 한동안 식음을 전폐할 지경에 이르렀다.

히잉...

허나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7000만원 대에서 숏 포지션을 취한 덕분에, 그나마 손해를 일부 메꿀 수 있었다. (숏 포지션은 간단히 말해 '코인 가격이 내려가는 쪽에다가 배팅'이라 생각하면 쉽다.)

이렇듯 예측에만 몰두하다보면 시기를 놓치고, 대응이 미뤄진다. 그러나 빨리 정신을 차리고 대응을 하면 최악의 상태는 면할 수 있다. '호랑이 소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여러분의 멘탈을 단련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멘탈을 망가뜨리는 원인을 찾아라
여러분의 멘탈을 지켜주는 백신을 구해라

물론 타고난 성격 자체가 유리멘탈인 사람도 있다. 허나 환경 자체가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부모라던가, 형제라던가, 친구라던가 등등...

만약 원인을 찾았다면, 이걸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멘탈 약하다고 도망치면 거기서 끝이다. 계속해서 회피만 하게 되고,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인생 살아가기가 더욱 힘들다. 그러니 자신의 멘탈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인을 제거하거나, 혹은 원인 제거가 힘들다면 적어도 여러분을 지켜줄 무언가를 구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엔 친구들이었고, 예술이었다.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다녔고, 계속해서 글을 썼으며, 틈틈이 작곡을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게 안식이 찾아왔고,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3)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라

브릿지 운동

운동은 옛 성현 분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좋은 투자다. 여기에 감히 덧붙이자면, 사람 역시 좋은 투자처라 생각한다. 특히나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나아가고 가이드라인을 찾아나가는 것이 인생에 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지금까지 사람을 너무 등한시했다. (아싸 중의 아싸) 그런데 최근에 어느 플랫폼을 통해서 멘토 분들의 강의를 듣다보니 '아, 내가 너무 혼자였구나.' 싶더라. 정보도 정보지만, 역시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과 직접 소통하는 건 또 다르구나 싶었다. 본인이 내향적이라도 멘토가 될 만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찾아나가는 게 어떨까 싶다.

외모도 가꾸는 게 좋다. 가끔 필자같은 찐따들이 외모를 너무 등한시하는데,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외모는 인간 관계의 서류 전형이며, 예의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예의없는 남자, 골방이야기꾼)

대표적으로는 운동, 성형, 피부관리 등이 있다. 필자는 운동성형 2가지를 해봤다. 참고로 피부관리는 대충 BB크림 바르고 땡이기 때문에 관리를 한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의외로 성형은 막상 해보니 아무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었고, 되레 운동이 효과가 좋았다. 외적인 측면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우람한 팔뚝)이 있었고, 내적인 측면에서도 당장 남자다워지는 게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니 자존감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4) 열심히 살지 마라

인생을 즐기고 재미있게 살면 성공하지 못한단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반대로 '열심히'라는 말을 우리가 살면서 정말 경계해야 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순전히 개인 생각) 나쁜 결과를 좋게 포장하려면 이만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자, 예를 하나 들어보자. 분명 여러분은 짜장면을 주문했는데, 막상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짬뽕이 왔다고 치자. 그래서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보니, '그거 저희가 진짜 열심히 요리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드세요.'라고 하면 여러분은 뭔 생각이 들겠나? 애초에 아무리 열심히 짬뽕을 만들었다 해도, 손님 입장에서는 잘못 만들어진 음식일 뿐이잖은가.

ㅠㅠㅠㅠ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면 직장 동료나 교사 분들이 '아, 열심히 일하는구나.' '아, 얘는 열심히 공부하는구나.'라고 이해는 한다. 적어도 게으른 이미지로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정작 Input 대비 Output이 안 나오니, 골치아픈 건 매한가지다. 열심히는 하는데 안 되니까, 본인도 답답하고 옆 사람도 답답하다.

그래서 너무 자기자신을 몰아붙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게으르게 행동하란 얘기가 아니라, 약간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으니, 우리는 요령을 찾아야 한다. 정 일이 안 맞으면 본인에게 맞는 일을 찾아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금만 버티면 안될 것이 없다!
노오오력을 해라!

투지, 노력, 의지 등, 개인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이런 이야기들은 반쯤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분명 의지는 중요하지만, 사람이 1년 내내 똑같은 감정을 갖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필자가 공기업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의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그게 패인이라면 패인이었다.

인간의 의지라는 건 생각보다 그 역할이 미미하다. '꼭 이겨내야 하는 위기'나, '당장 시작하고 싶을 때'는 현재 상태에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지만, 애초에 그 힘의 성질 자체가 즉각적이며 휘발성이 높다. 해서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과 같은 장기전에는 지속적이고 우직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체계, 시스템, 환경이 대표적인 예다.

이쯤되면 알겠지만, '열심히 살지 마라'는 사실 진짜 열심히 살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무식하게 살지 말라는 뜻이다. 자신의 건강과 멘탈을 최대한 보전하며,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최선이다.

참고로 필자 블로그 역시 제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게시물은 지금처럼 진심을 담아 공들여 쓴 글이 아니라, 그냥 술먹고 한 1500자 정도 휘갈긴 글이다. ㅎ

5) 병X들의 혀놀림에 속지 마라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짜, 병X이 있다. 참고로 필자 역시 그들 중 일부이다. 애초에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사람이 여러분에게 조언을 하는 것 자체가 유머다. (그러니 누누이 말하지만 이건 필자의 개인 의견이고, 여러분은 책을 보든 경험을 쌓든 해서 거를 건 거르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며 자기 자아를 찾길 바란다.)

아무튼,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사회 경험이 없어 순진하거나, 혹은 자존감이 무지하게 낮거나, 혹은 너무나 절박한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레 온갖 42B와 사짜가 들러붙게 된다. 여기에 잘못 속아넘어가면 바로 눈뜨고 코베이는 거다.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 여러분의 시간? 어느새 사짜의 것이 된다. 이렇게 남의 것을 갈취해놓고, 정작 사짜들은 자기네들이 열심히 돈을 번 것처럼 타인을 속여서 새로운 호구를 창출해낸다. 이게 호구 창조경제다.

건실한 사업가 XX입니다~

이놈들은 마치 선의를 갖고 있는 것처럼 접근한 다음, 교묘한 말솜씨로 여러분의 상식을 뒤흔들어버린다. 전쟁으로 치면 무장해제를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헷갈리게 만든 다음,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러분을 조종한다. 이것을 유식한 말로 '가스라이팅'이라 한다.

이런 놈들과는 애초에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혹 엮이게 될 일이 생기면 단단하고 건강한 자아를 가져서 

3. 마치며

장난스레 짧게 쓰려고 했던 게, 어느샌가 4천자를 훌쩍 넘겨버렸다. 쭉 글을 써놓고 보니, 여러분에게 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과거의 필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놓은 것 같다. 그래서 뭔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진심이 담긴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요오즘 것들은 필자처럼 허튼 실수를 안 했으면 좋겠다~! 이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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