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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등급 조정 논란으로 빚어진 대한민국 검열계 집단민원 사태 feat.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나...

골방이야기꾼 2022. 10.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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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루 아카이브란?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넥슨 게임즈에서 개발하여 2021년 2월 4일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모바일 게임이다. (한국은 11월 9일) 서브컬쳐 계열(일본 애니메이션 풍)이며, 캐릭터 수집 및 가챠 (뽑기) 가 주 콘텐츠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 '선생님'으로써 미소녀 캐릭터들과 함께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최근에 이 게임을 필두로 하여 게임업계 전체에 풍파가 불어닥쳤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2. 사건의 발단

1) 블루 아카이브 공식 공지

블루아카이브 게임의 총괄PD 김용하지난 10월 4일, 게임을 '성인 버전' 앱과 '틴 버전' 앱으로 분리하여 운영하겠다는 공지를 남겼다. 그 이유는 9월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로부터 '선정성'과 관련해서 게임 리소스를 수정하거나 연령 등급을 올리라는 권고조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권고' 조처는 따르지 않을 경우 게임위가 강제로 등급을 재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블루 아카이브 커뮤니티 이용자게관위 관계자와 통화해본 결과, 등급 상향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큰 영향으로는 '이즈미'라는 게임 내 캐릭터가 취한 특정 장면을 꼽았다.

<후방 주의>

수영복 이즈미 메모리얼

이게 그 문제의 장면이다. 문어의 행동이 성행위를 연상한다는 것이 게관위의 설명이다. 많은 기존 유저의 의견으로는 위 장면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게 없으며, 오히려 게관위 쪽에서 모호하고 주관적인 잣대로 게임 업계를 몰아세우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교수 역시 이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게관위의 소통력 부재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 모호한 기준을 문제삼았다.

이런 불합리한 대처에, 유저들은 단순히 불만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수천여 건의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등, (민원 폭탄) 적극적으로 행동을 취했다.

2) 배후에 숨어있던 젠더 갈등

반면, 유저들 사이에서는 등급 재분류 권고와 관련하여  '해연갤'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이를 주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널리 퍼졌다. 실제로 조사를 해본 결과, 남성향 게임에 악의적으로 등급 재분류 민원을 넣은 정황이 포착되었다.

'소녀전선' 등급 재분류 민원 후기
민원을 넣은 유저에게 찬사를 보내는 '해연갤' 유저

'해연갤'은 과거 디시인사이드 '해외 연예 갤러리'에서 파생된 커뮤니티로,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여초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세간에 유명하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셧다운祭'(축제 제)라고 선언하였다.

이들의 표면적 동기로는 '프로젝트 세카이'라는 게임의 한국 내 검열에 따른 보복이라고 하지만, 실질적 동기는 이미 커뮤니티 내에 만연한 극단적인 남성 혐오 사상이 행동으로 표출된 사례이다.

3) 복수전

이에 분노한 블루아카이브 유저는 처음에는 여성향 서브컬쳐계열 게임인 '앙상블 스타즈'를 타겟으로 등급 재분류 민원 폭탄을 시작했지만, 이내 여성향 게임보다는 해연갤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해연갤을 향해 총구를 돌리게 된다.

해연갤 역시 문제시되는 게시글을 삭제하는 한편, 블루 아카이브 이외의 남성향 게임에 다시 한 번 민원 폭탄을 날릴 것을 예고했으나, 이는 블루아카이브 유저의 화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해연갤 로고

애초에 해연갤은 아동 성착취물, 미성년자 및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의 수사망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이에 블루아카이브 유저는 아동 성범죄에 민감한 미국에 직접 신고를 감행하기에 이른다. CIA, FBI 등 유명한 수사기관부터 NCMEC(아동성범죄 전문 기관)에도 신고를 넣었다.

그렇게 해연갤은 접속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접속이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FBI 등 미국의 수사기관에 의해 서버가 다운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연갤 운영자가 증거인멸을 위해 사이트 접속을 고의적으로 막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사장님의 인증

그러나 모 서버관리 업체 사장이자 블루아카이브 유저이기도 한 어느 개인의 노력으로 인하여 해연갤 서버 자체 데이터가 크롤링(추출) 되었고, 따라서 증거 인멸은 불가능해졌다.

4) 다시 게관위로

반면, 이 사태의 또다른 책임자인 게관위 역시 폐지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련의 사태로 인하여 게관위의 역량부족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사태가 격화되자 돌연 민원을 막기 위하여 위원회의 문을 닫아버리는 등, 공공기관으로써 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을 닫아버린 게관위
게관위 직원의 변명

3. 쟁점

이 사태의 주요 쟁점으로는 대한민국의 젠더 갈등, 문화 검열,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이다. 젠더 갈등에 관한 내용은 민감하기에 이 게시물에서는 다루지 않으려 한다. 또한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에 관해서도 위에서 짧게 언급하였으므로, 지금부터는 문화 검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한민국의 문화 검열은 역사가 깊다. 그러나 202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모호하고 불합리한 기준으로 문화를 검열하는 행태는 어리석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보다는, 문화 검열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을지 염려하고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32조'에 따르면,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해 진열 또는 보관해서는 안 된다. 즉, 게관위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일본 및 미국이 심의와 관련하여 민간에 맡기는 것과는 영 대조적이다.

어느 유저가 만든 게관위 규제 형평성 비교

그렇다면 법에 근거하여 심의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정해야 하는데, 연일 이어지는 유저의 반발과 여론을 보면 그렇지 않다. 게다가 그 기준이 타 국가에 비해 엄격하기까지 하다.

당장 블루아카이브의 경우, 대한민국 혼자 15세 이용가이다. 그것도 모자라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 조처했다. 등급에 따라 게임의 매출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문화 검열 행태는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4. 마치며

게임은 디지털콘텐츠로써, 실물이 존재하는 제조물에 비해 유통이 자유롭다. 따라서 잘 만든 게임은 그만큼 시너지도 크다. 폴란드 게임회사 CDPR이 한때 폴란드 시가총액 10위에 달하는 규모로 주가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유통 자회사 GOG의 기여와 더불어 '더 위처' 시리즈의 성공이 지대했다. 이렇듯 성공한 IP 하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잘 만든 IP가 성공하거나 유지되려면 환경 역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 게임계의 경영환경은 영 좋지 않다. 당장 카카오 사태에서 보았듯 게임을 소비하는 유저의 편의가 보장되지 않고, 블루아카이브 사태처럼 모호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게임산업의 발목을 죄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래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를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투자자는 아예 게임 업계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투자자가 거들떠보지 않는 산업은 활기를 잃게 될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질 좋은 대한민국 게임을 못 보게 될 수도 있다.

엔씨 소프트 주가

엔씨소프트의 경우는 사측이 제품(게임)을 제대로 제조하지 않았기에 매출이 하락했고, 투자자의 기대 저하가 주가에 반영된 경우다. 그러나 블루아카이브의 경우는 조금 억울하다. 취향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게임 자체는 심각한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위 사태로 인해서 넥슨게임즈의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투자자의 마음에 큰 이 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게임을 비롯한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업계가 진정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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