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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리뷰: '하극상한 은행원이 너무 유능함' by 구트가트 feat.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골방이야기꾼 2022. 10.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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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극상한 은행원이 너무 유능함

하극상한 은행원이 너무 유능함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좋은 콘텐츠는 2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1. 소비자가 편안함: 외적 측면
  2. 소비자가 행복함: 재미 측면

이 두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웹소설 하극상한 은행원이 너무 유능함(이하 하극상 은행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더 나아가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2. 좋은 콘텐츠의 2가지 조건

1) 소비자가 편안함.

디지털 콘텐츠시각적 피로도를 감안해야 한다. 비단 웹소설뿐만 아니라 '유튜브' '블로그' '웹툰'도 그렇다. 우리가 디지털 기기로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는 시각적 피로도를 유발한다. 애초에 인간의 뇌와 안구는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웹소설 역시 이를 고려하여 길게 쓰지 않는다. 문단의 크기는 두껍지 않게, 문장은 잘게 쪼갠다. 글의 호흡을 짧게 유지해야 시각적 피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당장 필자가 앞서 설명한 내용의 호흡을 길게 늘여보자.


필자가 생각하기로 디지털콘텐츠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가 편안해야 하며, 또한 독자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편안하다'라는 것은 디지털 콘텐츠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시각적 피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각적 피로도'란 디지털 액정을 육안으로 보면서 안구와 뇌가 피로해지는 현상이며, 특히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시각적 피로도'를 고려하여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어쩌고 저쩌고.


'시각적 피로도'의 의미를 이해하겠는가?

따라서, 여러분의 콘텐츠가 아무리 내용이 좋고 훌륭하더라도 매체(ex/스마트폰)가 이를 담아내지 못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그런데 '하극상 은행원'의 작가는 어떻게 하면 독자가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무료 회차 중 몇몇 부분을 보면서 얘기해보자.

무료 회차 (14화) 중 일부


'하극상 은행원'도 여느 웹소설과 마찬가지로 글의 호흡이 짧다. 따라서 읽기에 수월하다. 그럼에도 호흡이 불편하게 끊기는 게 아니라서, 오히려 술술 읽힌다. 딱딱한 문체 대신에, 독자와 대화하듯 편안한 문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즉, '문체' 면에서 작가는 독자를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문체'뿐만 아니라, 구성 역시 친절하다.

  • 두괄식으로 결론 제시
    = 이해가 안 간다.
  • 왜(Why) 그렇게 생각하였는지 이유를 제시
    = 68억이나 되는 지분을 덤터기 당한 한 차장.
  • 결론 부분에서 이유를 요약하여 제시
    = 원수 같은 사람을 위해 독박을 쓰려고 함.

웹소설뿐만 아니라, 보고서, 블로그 등 사람이 읽는 글이라면 위와 같은 형식을 띠어야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하극상 은행원'의 경우, 대부분의 문단이 이런 식이다. 따라서 독자 입장에서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웹소설은 보고서가 아니다. 웹소설은 문화콘텐츠이고, 따라서 정보보다는 즐거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하극상 은행원'은 재미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2) 소비자가 즐거움

필자가 웹소설, 장르소설에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재미는 크게 '2가지'다.

  1. 문체 = 외적 측면
  2. 내용 = 내적 측면

'문체'는 사람의 '어투' '어조'와 같다. 개그맨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야기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사람의 말투이야기 전개 방식이 기가 막히지 않나? 그들은 '대중이 어느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이해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내용'은 사실 주관적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흥행공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재미'의 공통분모는 분명 존재한다. 정의가 악을 물리치고, 역경을 이기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지구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점을 감안하고 아래 내용을 보자.

무료 회차 (5화) 중 일부

위 내용은 '하극상 은행원'의 주인공 하 대리가 자신의 초능력을 사용하여 어려움에 처한 착한 기업을 도와준 결과, 모든 문제가 해소된 시점의 이야기다. 즉, 감정선을 한껏 끌어내서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다.

여기서 작가의 '문체'는 절절하고, 세세하다. '절박했던 상황''작중 인물의 감정'을 독자의 뇌리에 깊게 꽃아, 자연스레 '몰입'을 끌어낸다. 이렇듯 작가는 중요한 부분에서는 힘을 주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자연스레 흘려보내 (완급조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내용' 측면에서 보면, '하극상 은행원'은 권선징악이다. 주인공은 선하고, 정이 많은 은행원이며, 우연히 얻은 초능력으로 불합리한 상황을 타파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성장하며 부와 명예를 쟁취한다. 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정서를 자극하며, 대리만족을 준다.

그렇다고 무작정 진중한 분위기는 아니며, 오히려 중간에 위트가 섞여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사람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게다가 매 회차마다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지루할 틈을 잘 주지 않는다. 여러모로 독자를 배려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1. 이해하기 쉬운 구성 (편리성)
  2.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냄
  3. 인간의 원초적인 정서 자극

3. 장기 연재 시 주의사항

8월 19일. 작가가 연재 시간에 관하여 공지했다.

연재 시간 못 지킴

'당분간 연재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은 미리 집필한 분량이 다 떨어져서 연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는 그 이후 주 5회 연재에서 주 3회 연재로 주기를 조절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재미있게 읽었던 웹소설이 어느 순간 연재 주기가 뜸해지더니, 결국 연재가 아예 중단되는 흐름은 꽤 빈번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작가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긴 세월 동안 문제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AI가 발달하여 창작 활동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는 이상, 장기 콘텐츠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여러분이 작가거나, 혹은 문화콘텐츠 생산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신경 써야 한다. 소비자는 우리의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릴 만큼 천사가 아니다.

따라서 장기 콘텐츠 준비에는 2가지가 중요하다.

  1. 뼈대를 튼튼히 <= 연재 전
  2. 리스크 관리 <= 연재 후
 

웹소설이든 웹툰이든 스토리를 쓸 때는 뼈대가 중요하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1. 인삿말 안녕, 골방이야기꾼이다. 한때 필자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설이던 시나리오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대중 앞에서 풀어내서 인기를 얻고, 그 결과로 통장에 인세가 왕창 찍히

storyroom.tistory.com

뼈대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막상 연재를 시작하면 실수가 나오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되레 준비만 하다가 본인이 먼저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연재 후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경조사 시 술을 적당히 마실 것' '운동하기' 등이 있다. 건강으로 연재가 중단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 인간성을 일부 포기해야 하니까.

그러나 위 2가지 방법을 병행하면 장기 연재 시 발생하는 문제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4. 마치며

지금까지 '하극상한 은행원이 너무 유능함'이라는 웹소설을 예로 들어, 좋은 콘텐츠의 조건에 대해 알아봤다. 다시 요약 및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소비자가 편한 콘텐츠
    => 가독성, 구성
  • 소비자가 행복한 콘텐츠
    => 원초적인 재미 추구
  • (장기 콘텐츠의 경우) 철저한 준비 + 리스크 관리
    => 소비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는 비단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사업, 근로, 투자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일종의 대원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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