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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든 웹툰이든 스토리를 쓸 때는 뼈대가 중요하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골방이야기꾼 2022. 8. 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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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삿말

안녕, 골방이야기꾼이다. 한때 필자에게는 꿈이 있었다.

오우 개꿀

그것은 바로 소설이던 시나리오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대중 앞에서 풀어내서 인기를 얻고, 그 결과로 통장에 인세가 왕창 찍히는 웹소설 갓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30세를 목전에 두고 예술이란 걸 하기엔 내 가계가 감당을 못할 것 같아서, 일종의 차선책으로 이렇게 간간히 블로그를 하는 중이다.

적어도 이런 식이면 한꺼번에 왕창 배출하진 못한대도 찔끔찔끔 창작 욕구를 배출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사실 몇년 전에는 취업이고 뭐고 아무래도 좋았다.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썼고, 음악을 하고 싶었다면야 음악을 했다.마음 속에 하고픈 말이 많았고, 굳이 하고픈 말이 아니라도 재미있는 게 마구마구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이걸 그대로 묵혀두기에는 내 인내심이 버티질 못했다.

부와악-!

그래서 마치 메탈 슬러그 3의 좀비처럼 왠종일 소설과 자작곡을 토해냈다. 필자에게도 그런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쓰나미같던 창작 욕구가 잠잠해지고 나니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 거다. 막상 써놓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그 본질은 '구토' 내지 '토사물'이다보니 예쁘게 포장하려 해도 쉽지 않다.

차갑게 식음

그렇다고 여기서 더 이어나가려니 아까와 달리 연료가 떨어져서는 '글쓰기 엔진'이 예열이 안 된다. 즉, 본인의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더욱 길어지지 못하고 잠깐 동안의 유흥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는 3형제가 필요하다. 그들의 이름은 로그라인,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참고로 샴푸 아니다.

2. 로그라인,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1) 로그라인

로그라인은 말 그대로 '라인'이다. 즉, 본인의 이야기를 한 줄(라인)로 요약하면 그게 로그라인이 된다.

영화 '타짜'

타짜 = 세상물정 모르는 '고니'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도박판에 뛰어들어 고수들을 무찌르는 이야기.

귀멸의 칼날 = 다이쇼 시대의 소년 '탄지로'가 도깨비가 되어버린 여동생 '네즈코'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검을 들고 도깨비 세력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뭐, 약간 이런 식이다.

어떻게 써도 상관은 없는데, 되도록이면 군더더기 없이 명확한 편이 좋다. 처음 보는 사람이 봤을 때, '아, 대충 이런 이야기구나' 싶게끔 적어놓으면 된다.

  • 언제, 어디서 벌어지는 이야기인가?
  • 주인공이 누군가?
  • 무엇이 주인공을 가로막나?
  • 나중에 어떻게 되나?

대충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하다. 단, 아까 말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게 좋다. 괜히 고유명사 집어넣고, 어떻게든 더 설명하려고 길게 이야기하면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떻겠나. '에이, 이건 누구한테 안 보여줄 건데요?'

아니, 굳이 보여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가 명확하고 알아듣기 쉬워야 한다는 소리다. 본인은 알아듣기 쉬워도 남이 못 알아먹으면, 나중에 본인이 써놔도 이게 뭔가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당신이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면, 로그라인이고 시놉시스고 어차피 다 보여줘야 한다. 그걸 보여줘야 투자하는 아재들이 지갑을 열든 말든 하지, 안 보여주면 무슨 수로 그 아재들이 여러분 영화를 평가하나?)

대충 북극성

로그라인은 마치 북극성과 같다. 북극성이 명료해야 안심하고 항해를 할 수 있는데, 만약 북극성 근처에 구름이 끼어있으면 항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좌초될 우려가 있다.

작가는 전지전능한 신으로써, 북극성을 가리는 구름을 걷어내줘야한다. 그래야 '스토리'라는 배가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

2) 시놉시스

여기서부터는 좀 길게 써도 된다. 필자의 경우, 본인의 로그라인을 3~400자 정도로 늘린다고 생각하고 쓴다. 물론 딱히 정해진 양식은 없지만, 군더더기를 줄인다는 생각으로 쓰는 게 좋다.

내 얘기 좀 들어보소!

근데 늘릴 때도 그냥 늘리는 게 아니라, '아까 로그라인을 적을 때 못한 말이 있어. 근데 이거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거든? 지금 이걸 꼭 쓸 거야!' 약간 이런 느낌이다. 본인 이야기의 주된 세일즈 포인트를 여기서 유감없이 표현하자. 어떤 부분이 특히 재미있고 엄청날 것 같은지 써보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가끔 너무 신나서 장황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는데, 보통은 딱딱 키워드 위주로 간다. 가령, 본인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처럼 아기자기한 로맨스 스토리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She is watching you.

이 경우, 본인의 이야기에 나오는 히로인이 미친 년처럼 집착한다면 '얀데레', 배경이 학교나 학원이면 '학원물'. 이런 식으로 본인 글의 주 장르 및 세부 장르를 파악 후 시놉시스에 녹여보자. 쓰다보면 본인의 글이 어떤 느낌인지 본인 스스로 대충 파악이 된다.

3) 트리트먼트

트리트먼트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쓰기 바로 전 단계이다. 영화나 연극이라면 이 트리트먼트를 시나리오로 재구성하기 위해서 그들만의 양식을 적용하겠지만, 필자처럼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이게 사실상 '초고'다.

필자 개인이 생각하기로는 3~400자 정도 되는 걸 한 20000자 정도로 막 늘린다고 생각하고 쓰는데, 막상 다 쓰다보면 20000자를 넘길 때도 많이 있다.

필자가 내공이 후달려서 여러분이 이해를 못 할 거 같아 예시를 좀 들어야겠다. 아까 그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돌아가보자.

미소녀

의자에 앉아있던 그 여자애 다시 데리고 왔다.
이 여자애하고 이제 알콩달콩하는 스토리를 짤 거다.


모니카가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다. 주인공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주인공이 애써 눈을 돌린다. 그러자 모니카는 일부러 주인공과 눈을 맞춘다.

주인공의 숨이 가빠지고,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한다. 얼굴도 빨개진다. 그 사이 모니카의 얼굴이 점점 주인공에게 가까워진다.

"오늘은 피하지 마. 알겠지?"

주인공은 뭣, 이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입술이 닿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린다.


본격적인 소설이 아니므로, 약간 무미건조하다. 행동 위주로 서술하고, 최소한으로 묘사한다. 일단 감안해야 할 것은, 필자가 진짜 오랜만에 펜대를 잡았다는 거다. 소설을 쓰지 않은 지 한 3년 넘었나...

그래도 '나는 이런 식으로 트리트먼트를 쓴다' 라는 걸 보여주려고 굳이 하찮은 재주를 부려봤다. 누누이 말하지만, 정해진 양식은 없다.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말해줄 수는 있어도 쓰는 건 여러분 몫이다.

글쓰기는 본인 책임이라네~

3. 마치며

트리트먼트, 시놉시스, 로그라인에 대해 알아봤다.

본편을 쓰기 전에 이런 걸 쓰는 게 귀찮을 수는 있지만, 위 3형제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앞으로 성장하는 데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다만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트리트먼트나 시놉시스, 로그라인에 너무 매몰되어 본편을 쓰는 것을 등한시하면 안된다는 거다.

뼈대가 탄탄해야 살을 붙일 때 예쁘장하게 나오긴 한다. 근데 뼈대만 올리면 그건 그냥 해골이지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결국 본편을 쓰기 위해서 이걸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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