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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상장 유지 결정 및 거래 재개 feat. 왜 신라젠은 거래가 중지되었을까?

골방이야기꾼 2022. 10. 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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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라젠 거래 재개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신라젠의 '상장유지'를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13일부터 거래가 재개되었다. 전직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으로 거래정지가 된 지 어인 2년 5개월(29개월) 만이다.

그동안 신라젠은 한국거래소의 권고를 받아들여 최대 주주를 엠투엔으로 변경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힘썼고, 다행히 이번 결정으로 상장폐지만은 모면할 수 있었다.

2. 왜 거래가 정지되었나?

1) 임상3상 실패

신라젠

신라젠은 사실상 '펙사벡'이라는 항암 치료제 하나로 먹고사는 회사이며, 그조차도 아직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 녀석은 작용 기전 상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만약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물건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은 총 5단계로 구성된다.

  • 비임상시험: 사전 시험이라고도 부르며,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진행되는 시험이다.
  • 임상 1상: 건강한 자원자(~수십 명)를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 최대 투여량 등을 탐색한다.
  • 임상 2상: 대상 질환자(~수백 명)를 대상으로 적정 용법, 용량 및 부작용 등을 탐색한다.
  • 임상 3상: 대상 질환자(~수천 명)를 대상으로 효능 및 장기적 안정성 등을 탐색한다. 
  • 임상 4상: 시판 후 약물의 장기적 안정성 및 효능 등을 탐색한다.

사실상 임상 3상이 성공하면, 신약 개발은 끝이다. 그러나 2019년 8월 2일, 미국 모니터링 위원회(DMC)에서 무용성 평가(치료제로써 기능하는가)를 진행한 결과, '펙사벡'에 대한 임상 3상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40,000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3일 연속 하한가를 치며 15,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문은상 대표이사는 주가를 사수하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연이어 악재가 터지고 만다.

2) 전직 경영진의 내부자매도 혐의

전 대표 신 씨

신라젠 전 대표는 이미 임상 3상의 결과가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조치를 취하기는 커녕 1달 전에 약 16만 7777주를 매도하여 64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만약 이게 유죄로 확정된다면 명백한 '내부자거래'에 해당하며, 이를 모르고 신라젠 주식을 구매한 사람은 경영진의 손해를 대신 부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8월 2일, 대법원은 신라젠 전 대표의 무죄를 확정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거래 정지를 설명할 수 없다. 신라젠에는 아직 더 큰 악재가 남아있었다.

3) 문은상 전 대표의 횡령 및 배임

문은상 전 대표

신라젠이 거래 정지를 넘어, 상장폐지의 위기까지 맞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본격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하기 전, 문은상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본인 돈을 쓰지 않으면서 지분을 늘렸다.

(자금 돌리기 방식은 신주인수권부 사채 및 관련 개념이 복잡하기에 생략.)

이에 법원은 1심에서 징역 5년 + 벌금 350억원, 2심에서 징역 5년 + 벌금 10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것은 검찰의 구형량 (징역 20년과 추징금 855억원)과는 크게 동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3심에서, 대법원은 배임액을 10억 5000만원이 아닌 350억원으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2심으로 다시 파기환송하였다.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다.

3. 기술특례상장과 바이오·제약 업계

기술특례상장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기술력이 우수하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그런데 누군가는 기술특례상장을 바이오 상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주로 상장해왔기 때문이다. (매년 기술특례상장기업의 7~80%가 바이오 관련)

대한민국의 바이오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신라젠 역시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이다. 그러나 신라젠을 비롯한 바이오 기업의 사건사고로 인하여, 현재 기술특례상장의 문턱은 높아진 상태다.

4. 요약

  1. 신라젠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상장되었다. 2022년 현재, 신라젠을 책임지는 약 '펙사벡'의 연구는 진행 중이다.
  2. 만약 '펙사벡'이 임상 3상을 통과하면 신라젠의 위상은 급격히 성장하겠지만, 실패한다면 신라젠도 함께 멸망하게 된다.
  3. 과거 임상 3상과 관련하여 경영진 리스크가 불거졌고, 따라서 거래 정지가 되었으나 상장 폐지를 앞두고 다시 거래가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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