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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해 1센터(신선 센터) 에서 일용직으로 뛴 썰 2 (공정: 피킹, 워터, 시설관리 등)

골방이야기꾼 2022. 8. 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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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공정'이다. 필자는 김해 1센터에서 피킹워터시설관리를 했다. 그 중에서 우선 피킹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1. 피킹 (집품)

화목하게 피킹하는 사원님들

피킹은 필자가 처음으로 맡은 공정이다. 여기서는 주로 카트를 타고 창고를 돌아다니게 된다. 그러나 필자는 창고라는 표현 대신, 물류 전공자답게  Mezzanine rack이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여기서 Mezzanine rack이란 무엇이냐?

출처: https://stringfixer.com

이런 식으로 창고 위에 층(Floor)을 올린 다층창고를 의미한다. 보관효율이 높고, 상부의 공간효율을 향상할 수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김해 1센터에는 이러한 Mazzaine Rack이 총 4개로 분류되어 있고(21, 22, 23, 24), 각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 여러분이 피킹으로 배정받았다면, 이 Mazzanine rack의 2층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대충 빨간 조끼

여기서 빨간 조끼 분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빨간 조끼 분은 주로 컴퓨터를 만지고 마이크를 건드릴 뿐 (흡사 아프리카 BJ와 비슷하다 보면 된다.) 인수인계를 직접 하진 않는다.

일단 필자의 경우, 노란 조끼 분이 인수인계를 해 주셨는데, 이분은 발음 상 중국인이신 거 같았다. (...) 노란 조끼 분은 앞으로도 여러분이 일이 느리다 싶으면 갑자기 소환되어 여러분에게 스팀팩을 박아줄 것이다.

빨리 일해라

여하튼, 피킹이 하는 일은 간단하다. Mazzanine rack의 상층에는 진열대가 쫙 깔려있는데, 여기서 본인이 카트를 끌고 진열대의 물건을 Picking 하면 된다.

PDA는 스마트폰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일단 여러분에게는 PDA라는 기기가 주어지는데, 여기서 지시하는 대로 파란색 바구니 (이하 로트) 몇 개를 일단 뽑는다.

그 다음, 각 바구니마다 바코드가 있는데 그걸 PDA로 찍어서 (마치 매점에서 바코드 찍듯이) 인식시킨 후, PDA가 지시하는 대로 물건을 로트에 담는다.

만약 지시대로 전부 담거나, 로트가 너무 꽉 찼다 싶음 피킹을 중단하고 컨베이어에 로트를 흘려보내면 된다.

이걸 근무 끝날 때까지 조낸 반복하면 된다. 막상 들으면 쉬울 것 같아도, 나중엔 발바닥이 아프다. 참고로 쿠팡은 따로 쉬는 시간 따윈 없기 때문에 그냥 알잘딱해서 약간 한가해지면 바코드 목줄 찍고 휴게실로 나가면 된다.

그러나 UPH가 문제다. 쿠팡 공정마다 UPH를 재는 공정이 있고 안 재는 공정이 있는데, 피킹은 UPH를 재는 대표적인 공정이다. 만약에 본인이 UPH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면? '2579님 쇼핑하지 마시고 빨리빨리 좀 해주세요' 하고 방송이 나온다. 만약에 너무 느리다 싶으면 따로 호출을 한다던데, 아직 필자는 호출까진 안 당해봤다.

왜냐면 첫 날만 피킹하고 바로 워터로 빠졌으니까.

2. 워터

쿠팡의 헬 공정 중 하나. 보통 워터와 스파이더, Hub를 3대 헬 공정이라 한다. 그런데 필자는 오히려 워터가 몸에 제일 잘 맞았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 게 낫다고 생각해서,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를 녹이는 '워터'가 좋았다

그러니 여러분도 '워터'를 해봅시다. 본인에게 맞을 수도 있잖아. 아니, 진짜로.

워터 사원님들의 하루 일과

아무튼 일은 쉽지 않다. 그냥 끝나지 않는 유산소 운동이라 보면 된다. 이 곳 Captain의 말에 따르면 1시~2시 지나면 한가해진다던데, 당시 필자는 하프조(4시간) 만 했기 때문에 한가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럼 이 일이 구체적으로 뭘 하느냐? 일단 '워터'는 OB 공정이다. 앞서 말했던 Picking은 IB, 즉 입고 과정의 일부이며, OB는 출고 과정이다. (Old Boy 아님.)

전자상거래 매매

당장 우리가 물건을 판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누군가는 그 물건을 포장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쿠팡 1센터는 신선센터다. 즉, 타 물류센터와는 달리 육류, 샐러드 등 먹고 마시는 것을 다루기 때문에 신선하게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작업자 분들이 작업대 앞에서 기계가 시키는 대로 상자에 얼음팩도 넣고, 드라이아이스도 넣고 한다. 이 얼음팩과 드라이아이스를 조달해주는 게 '워터'다.
말 그대로 '워터'스러운 걸 다루니 '워터'인 것이다.

포장하시는 분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포장만 쉼없이 한다. 그들은 이미 플라잉 더치맨마냥 쿠팡과 하나가 된 지 오래다.

포장대 앞에서 업무를 기다리는 근로자들

그럼 누군가는 작업대와 작업대 사이를 쏘다니며 상자도 갖다주고, 얼음도 갖다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떨어지면 그거 운반하고, 얼음 떨어졌으면 얼음 갖다주고, 상자가 모자란다 싶음 상자 갖다주고 하면 된다.

물론 누가 알려주지 않으니 여러분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수량을 파악해야 한다. 아무튼 무거운 걸 많이 옮기게 될 것이며, 바쁘게 걸어야 할 것이다. 다만 UPH는 없어서 마음이 좀 편하다.

그럼에도 이 일에는 어쩐지 낭만이 있다. 사나이들만이 알 수 있는, 가슴 호방해지는 그런 낭만. (그냥 힘들단 소리다...)

3. 시설관리

그냥 적절해보여서 가져와봤다.

사실 처음 필자에게 주어진 공정은 '프로젝트'였다. 세간에 듣기로 프로젝트는 개꿀이며, 그 중에서도 시설관리는 어디가서 쿠팡 일 했다고 감히 얘기할수도 없을 정도이라고 했다.

그런데 덜컥 시설관리가 걸린 것이다. '워터'만 하다가 이게 걸리니 기분이 좋긴 했지만, 마냥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꼰대 이런거 아니고(맞음), 약간 꿀빠는 걸 싫어한다. 뭔가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가 되면 기분이 되게 묘하다.

일단 필자가 경험해본 시설관리는 진짜 별게 없다. Picking이 일을 하다보면 결국 빈 상자가 나오고, 빈 바구니가 나오기 마련이다. (진열대 대신 상자나 바구니에 물건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걸 가만히 내버려두면 작업에 방해가 되니까 카트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빈 상자, 바구니 등등을 치워주는 게 시설관리다.

박스는 파지해서 박스대로 버리고, 바구니는 파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그러면 된다.

자키

여기서 바구니가 좀 쌓이고 하면 자키를 써서 파레트 째 들어올려 대충 랩으로 감싸고 밖으로 내보내면 된다. 사실 누가 터치를 잘 안하고, 일 자체도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일이라 꿀은 꿀이다. 근데 뭔가 약간 붕 뜬 느낌이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든다. 낭만이 없다.
(아무튼 핵꿀이라는 소리)

4. 마치며

필자는 이렇게 세 가지 일을 해봤다. 솔직히 일의 강도로 따지면 노가다가 수입이 더 낫지만, 여기는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다. 본인이 경험해볼 생각 있으면 한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단, 필자처럼 집돌이면 초반에 약간 힘들다. 그건 각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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