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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을 먹을 때와 먹지 않을 때의 차이 (개인 경험 위주 서술)

골방이야기꾼 2022. 8. 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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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

1. 인삿말

안녕, 골방이야기꾼이다. 필자는 ADHD를 가지고 있으며, 스트라테라 20mg에 메디키넷 20mg를 스까묵는 중이다.

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지난 포스팅에서 다뤘으니, 이번에는 약을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의 주관적인 느낌 위주로 서술해보려고 한다.

이 포스팅을 위하여 필자는 어제 일부러 약을 먹지 않고 그 느낌을 자세히 메모해놨다. 물론 의사 선생님에게는 이야기 안 했다.

참고로 이 게시물은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한다.

2. 본문

약을 먹고 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발생한다.

  1. 감각이 둔해진다
  2. 창의력이 감소한다
  3. 성격이 차분해진다
  4. 우울한 생각이 줄어든다
  5. 성욕이 줄어든다

일단 하나하나 차근차근 말해보겠다.

1) 감각이 둔해진다

맛있는 치킨~

약을 먹을 때보다 약을 먹지 않을 때 음식이 더 맛있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풍미가 느껴지고 향이 강하다. 냄새를 맡을 때에도 뭔가 더 잘 맡게 된다. 때로는 맡고 싶지 않은 냄새까지도 콧속으로 들어온다. 반면 약을 먹었을 땐 전체적으로 둔감해진다.

음식 맛이 이전에 비해 밋밋하고, 먹는 양도 줄어든다. 맛으로 먹는다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먹는 느낌이다. 향은 의식하지 않으면 거의 안 느껴진다. 설령 향을 맡아도 기분에 영향을 잘 받지 않게 된다.

약을 먹었을 때 단점만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둔감해지니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이 잘 된다. 반대로 약을 먹지 않으면 집중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도 한번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본래대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2) 창의력이 감소한다

오늘은 이 그림을 그릴 거야!

약을 먹을 때보다 먹지 않을 때 창의력이 더욱 잘 발휘되는 편이다. 1번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필자가 어제 이것과 관해서 쓴 글이 있는데, 지금 이걸 보려니 어떻게 이어야 할 지 모르겠다. 일단 최대한 정리를 해서 여기다가 적어보겠다.


감정의 파도

필자는 살면서 간혹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에도, 어디론가 걸어갈 때에도, 문득 시간이 멈추는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인간의 언어로 단정짓긴 어렵다. 굳이 설명하자면 아련하고 쓸쓸하고 뭉클하다. 이 심상이 내 몸에서 섞이고 뭉쳐서 자그마한 알 같은게 생기는데, 이 녀석이 커지면 언젠가 부화를 하게 된다. 그 때, 필자는 창작을 한다.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무슨 외계인처럼 글을 써놨는데, 창작이란 걸 하기 전의 내 감정이 보통 이런 식이다.

그런데 ADHD 약을 먹고 나면 이런 감정이 줄어든다. 정확하게는 ''을 구성하는 '심상'이 생겨나려고 하면 갑자기 어디론가 휑 하고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 대신에 '지금 뭘 할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뭔가 일을 찾아서 하게 되고 부지런해진다. 이 부분은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3) 성격이 차분해진다

굿~

약을 안 먹었을 때의 나는 약간 정신없는 편이다. 실수도 잦고, 바보같은 행동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약간 도 잘 난다. 도 심심찮게 한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데 안 되니까 답답한 것도 있지만,  그냥 옆에서 누가 안 건드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을 조리있게 하기 힘들다.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오르는데 이걸 정리해서 말하려니 시간이 좀 걸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글을 쓰기도 힘들다.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둥둥 떠오르고, 전해주고 싶은 심상이나 생각이 많은데 이걸 내뱉으면 일종의 낙서처럼 두서가 없어진다.

글을 쓰기도 힘드니 글을 읽기도 힘들다. 책을 읽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글자가 망막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뇌막에서 튕겨져나가는 기분이다. (한창 필자가 공부할 때에도 긴 지문을 읽기 힘들었다.)

평-온

반면 약을 먹었을 땐 차분해진다. 일단 언어가 정돈된 채로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길게 말해도 내용이 심하게 중구난방해지지 않는다. 글도 한번에 길게 쓰기가 가능하다. 단, 약을 먹지 않을 땐 '아, 이거다!' 하고 머릿속에서 엄청난 것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약을 먹으면 이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욕을 잘 안하게 된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잘 넘기게 되고 누가 옆에서 뭐라 해도 심한 게 아니라면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

4. 우울한 생각이 줄어든다

우-울

약을 먹으면 우울한 생각이 줄어든다. 빈도 뿐만 아니라 그 강도도 약해진다. 약을 먹지 않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내 인생은 망했어.

하지만 약을 먹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야! 내 인생은 망했구나!

전자는 약간 감당하기가 어렵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 생각 하나하나가 지독히도 파괴적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뭔 일을 벌이겠다 싶은 느낌. 이런 느낌마저 받게 된다.

반면 후자는 약간 그 성질이 다르다. 내 인생이 망했으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은 그런 생각이 들고, 생각 자체도 약간 순화된 상태라서 홀로 감당이 가능하다.

5) 성욕이 줄어든다

데-헷

ADHD를 가지고 있는 남자 분들 중에서는 '자! 1위'를 하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필자 역시 그랬으나 약을 먹고 나서는 성욕이 많이 줄어들었다. '자! 1위'를 하려고 소비되는 시간에 다른 걸 하게되니 자기계발 측면에서도 좋은 것 같다.

다만 정말 필요할 때 (...) 성욕이 곧추서지 않으면 조금 위험할 수는 있겠으나, 일단 필자는 그런 걱정 안 한다.

ㅎㅎ

3. 마치며

필자 개인이 느끼기에 ADHD 약을 먹었을 때와 먹지 않았을 때의 차이를 알아보았다. 이렇듯 ADHD 약은 필자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반대급부로 본연의 장점을 제거한다.

그럼에도 ADHD가 본인을 정 힘들게 한다 싶으면 우선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아무튼 ADHD인들이 광명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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